공부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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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끝이 없다!

컴퓨터 언어를 배우며 시작된 나의 ‘새로운 세계’


초등학생이 만난 ‘미지의 세계’, 컴퓨터

지금은 손안의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제가 초등학생이던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컴퓨터라는 것은 그저 텔레비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꿈같은 물건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초등학교는 ‘국민학교’라고 불렸고, 컴퓨터를 소유한 가정은 정말 드물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교회에서 이런 소문이 돌았습니다.

“누구네 집에 컴퓨터가 들어왔대!”

그 말을 들은 아이들과 어른들까지 그 집에 몰려갔습니다. 주인공은 대학생 형님이었고, 그 신기한 기계의 이름은 애플 컴퓨터였습니다. 당시엔 정말 꿈의 물건이었죠.

컴퓨터를 한 번 만져보지도 못한 제가 그 대학생 형님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컴퓨터 좀 가르쳐 주세요!”

형님은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컴퓨터를 배우려면, 먼저 컴퓨터 언어를 배워야 해.”

그때 들었던 첫 단어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IF’라는 조건문.
형님은 초등학생인 저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했죠.

“이건 ‘이프’라고 읽어. ‘만약 ~라면’이라는 뜻이야.”

이렇게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영어 단어도 잘 모를 때였지만, 그 단어 하나가 너무나 신기하고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학교에서 만난 8비트 컴퓨터의 세계

시간이 흘러 5학년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학교에도 컴퓨터반이 생겼고, 과학실 한쪽에 8비트 컴퓨터가 설치된 컴퓨터실이 마련됐습니다. 저는 주저 없이 컴퓨터반에 지원했고, 그곳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났습니다.

컴퓨터를 만지는 것 자체가 마냥 즐거웠고, 프로그램을 짜는 건 마치 마법을 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학교 시험이나 교과서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 그대로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였습니다.

친구 네 명과 함께 컴퓨터실 청소를 자원했습니다. 청소가 끝나면, 각자 컴퓨터를 하나씩 차지하고 자유롭게 프로그래밍 실습을 했죠.

당시 친구 한 명은 BASIC 언어로 영어 타자 연습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A부터 Z까지 타자를 치는 데 3초밖에 걸리지 않았던 그 친구는, 지금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참 신기하죠.

저는 컴퓨터와 가위바위보를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단순한 로직이었지만, 그걸 만들어냈을 때의 뿌듯함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다, 그러나 곧 실망하다

학교의 컴퓨터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컴퓨터 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고, 한 달 가까이 조른 끝에 드디어 방과 후 컴퓨터 학원에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 운동장 앞에서 학원차를 타고 친구 몇 명과 함께 학원에 다녔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학원 수업은 실망스러웠습니다.

1시간 수업 중

  • 20분은 간단한 프로그래밍 언어 설명,
  • 10분은 문제 풀이,
  • 그리고 나머지 30분은 게임 시간이었습니다.

몇 번 다니다가 친구와 저는 학원 선생님께 건의했습니다.

“게임 시간 말고, 진도 좀 더 나가면 안 될까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한 “안 됩니다.”였고, 우리는 실망 끝에 학원을 그만두었습니다. 마치 새로운 세계의 문이 다시 닫혀버린 기분이었습니다.


언어는 계속 바뀌고,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컴퓨터 언어는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새로운 언어들이 끊임없이 등장했고, 예전에 배운 언어들은 잊혀져 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시절에 익힌 논리적 사고 방식기초 개념은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덕분에 20대 초반에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도 어렵지 않게 취득했고, 학원에서 실기 강사로도 일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언어는 내 인생엔 그렇게 쓸모 있는 언어는 아니었구나."

컴퓨터 언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했지만, 제 인생에는 다른 종류의 ‘언어’가 더 필요했습니다.


내가 계속 공부를 멈추지 않는 이유

컴퓨터 언어를 배우며 느낀 건 이것이었습니다.

"모든 분야에는 그 분야만의 언어가 있다."

영어나 중국어 같은 외국어뿐만이 아닙니다. 과학, 예술, 철학, 음악, 수학, 사회 등 모든 지식의 영역은 고유의 언어와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끊임없이 다른 분야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 과학을 이해하려면 과학 용어와 개념을 익혀야 하고,
  • 철학을 이해하려면 사고의 언어를 배워야 하며,
  •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그들의 개념 체계를 알아야 합니다.

이 모든 공부의 이유는 결국 하나입니다.

“전달하고, 소통하고 싶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을 때, 그 사람이 쓰는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그 사람의 생각 체계를 이해하고, 그 틀 안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소통이 가능하니까요.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것

지금도 저는 늘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더 많은 사람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핵심은 결국 언어입니다. 많은 사람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고, 그 언어로 다시 내 생각을 풀어내야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공부를 멈출 수 없습니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하고, 세상은 계속 새로워지기 때문입니다.


공부란, 결국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과정

초등학교 시절 처음 컴퓨터 언어를 접했을 때의 그 설렘은 아직도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 언어를 통해 신세계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두근거림,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이해하게 되는 짜릿한 느낌은 지금도 제가 공부를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공부는 시험을 위해서도,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도,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공부는 결국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언어’입니다.


오늘의 한 줄 정리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건, 더 많은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열쇠를 얻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