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교폭력

학교폭력과 동현이의 도시락 – 다시 아이들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

1. 2023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우리 아이들은 지금

2023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1.9%가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 초등학생: 3.9%,
  • 중학생: 1.3%,
  • 고등학생: 0.4%로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피해 비율이 높다는 점이 충격적입니다.

피해 유형

  1. 언어 폭력(37.1%)
  2. 신체 폭력(17.3%)
  3. 집단 따돌림(15.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가해자가 어릴수록 법적 처벌이 어렵다는 현실입니다. 10세 미만은 형사처벌 불가, 14세 미만의 촉법소년도 대부분 소년원 송치에 그칩니다. 결과적으로 폭력은 재발되고, 지능화되며, 피해자의 고통은 더 깊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2. 청소년 자살, 그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해마다 약 250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 중 학교폭력과 가정폭력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친구 사이의 따돌림, 조롱, 괴롭힘. 집에서는 무관심하거나 때로는 폭언, 폭력까지. 아이들은 어디에서도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서 외롭게 고통을 견디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통계를 접할 때마다, 아이들의 회복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제게도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3. 동현이의 도시락 – 작지만 깊은 상처의 기억

제가 교편을 잡고 있었던 강원도의 한 작은 시골 초등학교. 냉방 시설 하나 없던 교실에서 50명의 아이들과 풍금을 치며 노래를 부르던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무더위 속에 체육 시간엔 강가에서 수업을 하기로 했죠.

아이들은 환호하며 교실을 뛰쳐나갔고,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들길을 따라 손을 잡고 노래 부르며 강가로 향했습니다. 그 순간은 공부 잘하는 아이도, 그렇지 않은 아이도, 모두 순수하고 동등한 웃음을 가진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점심시간. 도시락을 매일 안 가져오던 한 아이, 동현이가 처음으로 도시락을 책상에 올려놓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지만, 아이는 묵묵히 도시락을 내려다보기만 했습니다.

곁에 다가가 “동현아, 얼른 먹으렴” 하며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제 손이 멈췄습니다. 그 도시락 안에는 거칠게 간 옥수수로만 만든 밥이 담겨 있었고, 쌀 한 톨 섞이지 않은 모습에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그제야 왜 동현이가 며칠 동안 도시락을 못 가져왔는지, 그리고 왜 친구들 앞에서 밥을 먹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4. 따뜻한 연대, 도시락에 담긴 사랑

저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동현아, 오늘은 선생님 도시락하고 바꿔 먹자.”
그렇게 제 도시락을 건넸고, 그 아이의 도시락을 받아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밥은 도무지 삼킬 수 없었습니다. 속이 메이고 목이 메었습니다. 그래도 먹는 척하며 동현이를 지켜보니,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아이가 곧 정신없이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날 저는 점심을 굶고, 빈 도시락만 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이 아이의 배를 어떻게든 채워줘야겠다.”

다음 날, 동현이와 다시 도시락을 바꿔 먹은 후 방과 후에 조금 더 넉넉한 집 아이들 여섯 명을 불렀습니다.

“동현이 사정을 알겠지? 너희가 돌아가며 일주일에 한 번씩 도시락을 하나 더 싸 오면 어떨까? 어머님께 부탁드릴 수 있겠니?”

아이들은 선뜻 동의했고, 그날 이후로 동현이의 도시락에는 쌀밥과 정성 가득한 반찬이 들어갔습니다.
말없이 도시락을 싸 주신 어머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5. 아이의 변화, 그리고 어머니의 눈물

며칠이 지나자 동현이는 놀랍게도 눈빛이 맑아졌고, 쉬는 시간엔 달리기도 하며 점점 밝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종례를 마치고 나가는데 한 여성이 제 손을 덥석 잡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분은 동현이의 어머니였습니다. 가족은 부산에서 이사 왔고, 아버지는 폐병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말이 없던 아이, 웃지 않던 아이, 도시락을 못 싸 오던 아이. 그 속에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학교와 지역사회는 힘을 모아 쌀과 식품을 모아 지원했습니다. 동현이의 형이 다니는 중학교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작은 온정 하나가 한 아이의 삶을, 한 가족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6. 아이들은 사랑받을 때 웃는다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는 학교, 성적만 평가하는 사회 속에서 자란다면 그들은 따뜻함 없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현이의 도시락 사건이 말해주듯, 사랑을 받고, 관심을 받고, 이해받을 때 아이는 조금씩 웃고, 힘을 얻고, 다시 삶을 살아갑니다.

그 시절 학교

  • 특별해지기 위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 서로 어울리고 웃고, 그냥 함께 노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곳이었습니다.

7. 그런데 지금은 왜 아이들이 달라졌을까?

오늘날 아이들은 왜 쉽게 폭력을 행사하고, 쉽게 상처를 주고, 상처받을까요?
그 중심에는 가정과 말의 부재가 있습니다.

성경 잠언 25장 11절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의 금 사과와 같다.

즉, 사람을 살리는 것은 결국 말이라는 것입니다.
말 한마디가 용기를 주고, 위로가 되며, 마음을 품게 만듭니다.


8. 가정은 모든 사랑의 시작

『그늘 없는 가정』이라는 책에서는 말합니다.

모든 인간 활동의 심장은 가정이다.
부모의 분위기는 그 가정 전체를 감싸며, 아이에게 귀한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말과 태도, 그리고 부모의 삶의 자세가 그대로 아이의 내면에 스며듭니다.
따뜻한 말, 감사와 축복의 말이 많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그 말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9.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학교폭력의 근본적 해결은 단순히 처벌 강화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진심으로 존중받고 이해받을 때 회복이 시작됩니다.

 감사와 축복의 말
 칭찬과 응원의 말
 이해와 위로의 말

이러한 말들이 교실을, 학교를,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합니다.


10. 동현이에게 보내는 마음

지금 어디선가 성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을 동현이.
그 아이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났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시절의 따뜻한 기억이 그의 인생의 버팀목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도 저는 그 아이에게 들려주지 못했던 기도를 독백으로 올려봅니다.

허탈과 거짓을 멀리하게 하시고, 가난하지도 부하지도 않게 하시며,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먹이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