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차가운 세상 속 따뜻한 성장 이야기: 손원평의 『아몬드』"

칠갑산코뿔소 2025. 4. 16. 20:57

 

『아몬드』: 감정을 배우는 소년, 세상을 이해하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말 따뜻하고도 묵직한 감동을 주는 소설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입니다. 책 제목부터 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왜 하필 아몬드일까?” 하는 생각이 드셨다면, 이미 이 책에 발을 들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몬드
아몬드

1. 책 제목의 비밀: ‘아몬드’는 감정의 열쇠?

책의 주인공 윤재는 아주 특별한 뇌 구조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편도체’라고 불리는 뇌 부위가 또래보다 작아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른바 ‘감정 표현 불능자’예요. 이 ‘편도체’의 모양이 마치 ‘아몬드’처럼 생겼다 해서 책 제목이 『아몬드』랍니다.

윤재는 아기 때부터 공포도, 분노도, 기쁨도, 슬픔도 잘 느끼지 못했어요.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축복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윤재에겐 이로 인해 ‘이상한 아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아픈 현실이 함께 따라왔습니다.

2. 사랑으로 감정을 가르친 두 사람

윤재는 평범하진 않지만,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 속에서 조용하고 안정된 생활을 이어갑니다. 윤재의 엄마는 아들의 감정 결핍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윤재에게 매일매일 삶에 필요한 감정 표현과 상황별 대처법을 교육해요. ‘이럴 땐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이럴 땐 미소를 지어야 한다’는 식의 감정 교본을 만들어 가르친 거죠.

할머니는 윤재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아붓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윤재가 감정 표현은 서툴러도, ‘사랑받고 있다’는 감각만큼은 누구보다 깊이 새기며 자라게 해준 인물들이죠.

그런데, 바로 이 ‘안전하고 조용한 세계’가 어느 날 끔찍한 사건으로 산산이 무너집니다. 윤재는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처음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무언가를 느낍니다. 바로, ‘감정’입니다.

3. 폭풍처럼 다가온 소년, 곤이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 ‘곤이’. 겉모습은 거칠고 폭력적이며, 뭔가 위험해 보이는 인물입니다. 윤재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친구지요. 하지만 곤이도 윤재 못지않게 깊은 상처를 가진 아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두 사람은 서툴고도 특별한 우정을 쌓아갑니다.

처음에는 곤이의 존재가 윤재에게 위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윤재는 곤이에게서도 두려움과 고통, 그리고 외로움을 읽게 되죠. 그리고 곤이 역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윤재 안에 담긴 진심을 느끼며 점점 변화합니다.

이 두 소년의 우정은 마치 ‘따로 또 같이’라는 말처럼, 서로 너무나 다른 성향과 삶의 궤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마음’을 나누게 되는 소중한 관계로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진한 감동을 느끼게 돼요.

4. 감정이 없으면 사람도 아닐까?

이 책이 정말 흥미로운 점은, ‘감정이 없다’는 설정이 오히려 독자들에게 ‘감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거예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가 오히려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곤이가 오히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고통받는 모습은 ‘감정의 유무’보다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윤재는 감정을 학습하면서 점점 사람을 이해해 갑니다. ‘공감’이란 단어를 모른 채 자라왔지만, 오히려 타인의 상처에 귀 기울이고, 세상과 소통하려 애쓰는 모습은 우리가 그동안 감정에 대해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온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들죠.

5. 작가의 의도: "너와 나는 달라도, 연결될 수 있어"

손원평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다름’과 ‘이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성장소설이나 학습만화가 아닙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을 통해 오히려 감정의 본질을 짚어내고, 감정의 유무가 인간성의 기준이 아님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윤재는 비정상적인 감정 회로를 가진 ‘특별한 존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가 가진 성실함, 순수함, 책임감은 누구보다 인간적입니다. 손원평 작가는 바로 이 점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6. 간결한 문체, 깊은 여운

이 소설의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담백합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담백하게 툭툭 던져지지만, 읽다 보면 마음이 꽉 조여오는 순간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말보다 침묵이 많고, 감정보다 행동이 많은 이 책은 오히려 그 조용함 속에서 더욱 큰 울림을 전합니다.

어떤 문장은 마치 노트에 따로 옮겨 적고 싶을 정도로,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이에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7. 추천 포인트

  • 감정, 우정, 상처, 회복이라는 키워드에 관심 있는 독자
  •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청소년,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고 싶은 어른들
  • 담백하지만 깊은 문장을 좋아하는 독서가
  •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이야기를 찾는 분들에게 딱!

8. ‘윤재’는 우리 안에도 있다

『아몬드』는 아주 조용하게 시작해서,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마음 한구석에 따뜻한 무언가를 남기는 그런 책입니다. 윤재는 소설 속 인물이지만, 사실 우리도 살면서 어느 정도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윤재의 특별한 여정은 곧 우리 모두의 여정입니다. 감정을 배우고, 이해하고, 나누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뜻 아닐까요?

오늘 여러분도 『아몬드』 한 권 들고, 감정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책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따뜻한 아몬드 한 알을 심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