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독서 후기 – 삶과 관계, 이야기의 본질을 탐구하다

칠갑산코뿔소 2025. 4. 3. 13:44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독서 후기

― 이야기와 기억, 관계를 통해 삶을 들여다보다

멀고도 가까운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The Faraway Nearby)』은 단순한 자서전 그 이상입니다. 이 책은 기억과 관계, 그리고 이야기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빚어내는지 깊이 있게 탐색하는 에세이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뿐 아니라, 신화와 역사, 문학적인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엮어내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삶을 이야기로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나와 연결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흐르는 이야기들을 곱씹어보게 되더군요.


삶은 이야기로 이어진다

책의 시작은 복숭아 열두 상자를 받았던 작가의 일상적인 일화로 열립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곧 어머니와의 관계, 어린 시절의 기억, 병간호의 시간들, 그리고 북극 탐험이나 동화 속 이야기까지 이어지며 삶과 서사가 겹쳐지는 독특한 구조로 확장됩니다.

솔닛은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들이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그려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이야기는 우리 삶을 해석하게 해주고, 상처를 회복시키며, 타인과 연결되도록 돕는 다리가 되어줍니다.


‘멀고도 가까운’ 거리의 의미

책 제목인 『멀고도 가까운』은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때로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가까울 수 있고, 반대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로는 멀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솔닛은 어머니와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이런 역설적인 거리감에 대해 섬세하게 들여다봅니다.

이러한 사유는 단지 가족 관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가 세상과 맺는 관계, 그리고 스스로와의 거리감까지도 포함합니다. 솔닛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멀어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건 아니에요. 이야기는 그 거리를 넘어서 이어질 수 있어요.”


이 책이 전하는 다섯 가지 메시지

『멀고도 가까운』은 단순한 감상의 책이 아니라, 독자가 직접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천적인 제안을 함께 건넵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1) 이야기의 힘: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살아갑니다

솔닛은 인간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타인과 소통한다고 말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안정감을 얻고, 서로의 삶에 공감하게 됩니다.

작은 실천: 일기나 짧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기록해보세요. 때로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어 나누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기억과 관계: 연결은 단절 속에서도 지속됩니다

솔닛은 어머니의 기억이 점점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통해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음을 느낍니다.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함께한 시간과 그 속의 이야기는 마음에 남아 우리를 이어주죠.

작은 실천: 소원해진 사람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야기 한 조각이 다시 관계를 잇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3) 고독의 의미: 혼자인 시간도 소중합니다

연결이 중요한 시대지만, 솔닛은 진정한 연대는 때로 고독 속에서 싹튼다고 말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자아를 성장시키는 데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작은 실천: 하루에 10분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조용히 앉아 사색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혼자 있는 그 순간이 나에게 가장 진솔한 시간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4) 변화하는 삶: 불확실함 속에서도 길은 있습니다

솔닛은 인생을 ‘변화하는 얼음 위를 걷는 일’에 비유합니다.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은 듯 느끼지만, 결국엔 그 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작은 실천: 계획이 틀어졌을 때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그 자리에 머물며 주위를 둘러보면, 새로운 길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5) 용서와 이해: 깊은 관계는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솔닛은 진정한 용서란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지막 노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갈등과 오해 속에서도 대화를 시도하는 일은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바라보는 출발점이 됩니다.

작은 실천: 다툼이 있던 사람과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습니다.


삶을 이야기로 바라보는 태도

『멀고도 가까운』은 독자에게 이런 질문을 건넵니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나요?”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제 삶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기억의 조각들, 관계 속에서 오간 말들, 그리고 혼자 감내한 시간들이 하나하나 서사의 일부로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단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짓는 중요한 고리가 됩니다. 리베카 솔닛의 책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그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멀고도 가까운』은 한 사람의 삶을 담은 책이면서도, 그 삶을 통해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비추는 거울 같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왠지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나의 이야기와 누군가의 이야기가 맞닿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혹시 요즘 마음이 복잡하거나, 삶이 어지럽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어요. 아마도 그 안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볼 실마리를 찾게 되실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