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시대의 초월 – 드뷔시의 연가곡 ‘Ariettes oubliées’와 인상주의 음악의 향기
"힐링이 있는 음악 여행, 마음 깊은 곳에서 시작됩니다."
콧노래에서 시작된 멜로디, 그리고 ‘예술가곡’
기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을 때 우리는 종종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됩니다. 단 몇 음만 흘러도, 그 사이에 간격이 생기고 흐름이 느껴지면서 자연스럽게 멜로디가 완성되지요.
흥미롭게도 ‘멜로디(melody)’라는 단어는 영어로는 단순히 선율을 의미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예술가곡(mélodie)’이라는 깊이 있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이는 독일의 ‘리트(Lied)’와 유사한 개념입니다.
드뷔시, 현실을 초월한 소리의 화가
‘예술가곡’의 거장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도자기상을 하던 아버지의 불안정한 수입으로 인해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고, 결국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만 했습니다.
특히 아홉 살 무렵, 드뷔시의 아버지가 코뮌(Commune)에 참여한 죄로 체포되어 시민권까지 박탈당한 사건은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러나 드뷔시는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갔습니다. 동생들을 보러 가던 칸(Cannes)의 푸른 바닷가, 그곳의 수평선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그는 현실을 초월하고자 했습니다.
인상주의와 상징주의, 드뷔시에게 날개를 달아주다
19세기 말 프랑스를 휩쓴 인상주의 미술과 상징주의 문학은 드뷔시에게 창작의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당시 화가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대신, 개인의 감정과 순간적인 ‘인상’에 집중했죠. 이러한 흐름은 음악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드뷔시는 이처럼 빛과 색으로 감싸인 인상주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며, 기존의 낭만주의 음악을 넘어서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독창적인 성향은 보수적인 음악계와 끊임없이 충돌했습니다. 마흔이 될 때까지도 그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인들과의 교류 속에서 그만의 예술 세계를 확고히 다져갔습니다.
상징주의와 베를렌, 그리고 ‘Ariettes oubliées’
드뷔시는 상징주의 시인 베를렌(Paul Verlaine)의 시를 자주 가곡으로 옮겼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잊혀진 노래들(Ariettes oubliées, 1887)’입니다.
이 곡은 단순한 선율을 넘어, 자음과 모음의 미묘한 뉘앙스, 말의 울림, 분위기까지 음악으로 표현한 걸작입니다. 시를 읽는 듯한 음악, 음악을 듣는 듯한 시. 드뷔시는 언어와 소리를 완벽하게 결합시킨 예술가였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프랑스 음악
20세기로 향하는 시점에서 드뷔시는 독일과 이탈리아 중심의 유럽 음악을 넘어, 가장 프랑스적인 음악, 가장 인상적인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음악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코로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 중에서도 Ariettes oubliées는 그 섬세함과 아름다움으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잊혀진 멜로디를 떠올리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
가을입니다. 아무리 거센 폭풍우가 지나가도, 햇빛이 대지를 비추면 식물은 다시 원기를 되찾듯이, 우리의 마음 또한 자연의 위로 속에서 회복될 수 있습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드뷔시의 ‘잊혀진 노래들’을 들으며, 우리 안의 잊혀진 멜로디들을 다시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추천 감상곡
- Claude Debussy – Ariettes oubliées (Paul Verlaine의 시 기반)
- Claude Debussy – Clair de Lune
- Claude Debussy – Prélude à l'après-midi d'un fa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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