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고, 인간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독서 후기
세상엔 책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중 어떤 책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경험해야 하는’ 책입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은 한 철학자의 사유가 응축된 언어의 폭풍이고, 동시에 우리 내면을 향한 고요한 초대입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면에 깃든 ‘신’을 떠나보내고 진정한 ‘나’로 태어나는 여정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1. 차라투스트라, 산에서 내려오다
책은 한 고독한 사나이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차라투스트라, 그는 10년간 산에서 은둔하며 사유와 고독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인간들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세상으로 내려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도입이 아닙니다. 인간 세계로 내려오는 이 장면은 마치 빛이 어둠으로, 사유가 혼란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기존의 모든 가치’를 무너뜨리고자 합니다. 그가 들고 온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신은 죽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죽였다.”
2. 신이 사라진 세계,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
니체가 말하는 ‘신의 죽음’은 단순히 종교에 대한 부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인간을 지탱해온 모든 절대적 가치, 윤리, 진리, 도덕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인간은 더 이상 신에게서 삶의 의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삶을 정의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신이 사라진 자리에 인간은 어떤 존재로 서야 하는가? 허무와 공허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니체는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것이 바로 “초인(Übermensch)”입니다.
3. 초인,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
초인은 니체 철학의 핵심입니다. 기존의 인간을 부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극대화한 존재입니다. 초인은 자기 내면의 고통과 모순을 직면하고, 그것을 긍정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기존의 도덕과 규범을 넘어서 자기만의 가치를 창조하고, 삶의 모든 순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자입니다.
니체는 말합니다.
“인간은 하나의 밧줄이다. 동물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 낭떠러지 위에 놓인 밧줄이다.”
이 말은 인간 존재의 불안정함과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합니다. 우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초인을 향해 건너가야 할 존재입니다. 그래서 삶은 끊임없는 도전이며, 자기 초월을 향한 여정입니다.
4. 영원회귀 – 삶을 긍정하는 가장 급진적인 사상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또 하나의 핵심 개념은 바로 “영원회귀(Ewige Wiederkunft)”입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의 삶이, 수백만 번 되풀이된다고 해도 그것을 똑같이 살아갈 수 있겠느냐는 물음입니다.
이 질문은 단순한 반복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진실하고 온전히 살아내고 있는지를 묻는 철학적 실험입니다. 니체는 ‘영원회귀’를 긍정할 수 있는 삶, 즉 자신의 고통과 기쁨, 실패와 성공까지도 모두 끌어안고 다시 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궁극의 삶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고통스러운 요청인가요. 삶을 전적으로 사랑하라. 후회 없이, 망설임 없이.
5. 시처럼, 음악처럼 흐르는 철학
이 책의 가장 독특한 점은 철학서이면서도, 문학적 감성이 충만하다는 것입니다. 차라투스트라의 말은 때로 시처럼 흐르고, 때로 예언자의 외침처럼 폭발합니다. 문장은 선명하면서도 난해하고,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처음 읽는 이에게는 이 책이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그가 우리 안의 ‘잠든 정신’을 깨우고자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책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더 나은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6. 니체가 말하고 싶었던 것, 결국은 ‘살아 있음’ 그 자체
니체의 철학은 ‘살아 있음’을 중심에 둡니다. 그의 철학은 생명에 대한 긍정이며, 고통과 불안, 허무마저도 삶의 일부로 껴안는 것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말합니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나는 삶을 무거운 무게로, 심연의 깊이로, 모든 색으로 사랑한다.”
그 사랑은 달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치열하고 때로는 피비린내 납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짜 사랑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강자의 태도이자, 초인의 자세입니다.
7. 왜 지금, 니체를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19세기에 쓰였지만, 21세기의 우리에게 여전히 살아 있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지금 우리는 또다시 신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리가 해체되고, 권위가 붕괴되며,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할지 모르는 시대. 바로 그런 시대에 니체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너 자신의 삶을 창조하고 있는가?”
이 물음은 단순한 철학적 사유가 아닙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며,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존재의 호출’입니다.
8. 자기 자신의 철학자가 되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덮으며, 나는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한 철학자의 절규와 사랑, 혐오와 희망이 섞인 언어들이 내 안에 깊은 울림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니체는 말합니다.
“너 자신이 되어라. 너는 네 안에서 태어나야 한다.”
그 말은 단순한 자기계발의 슬로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빚어내는 존재만이 진짜 인간이라는 선언입니다. 우리는 모두 차라투스트라처럼 언젠가 산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세상 속으로, 삶 속으로, 의미 없는 무수한 것들 속으로. 그리고 그 안에서 의미를 새로 짓고,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9. 인상 깊은 문장들
- “신은 죽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죽였다.”
- “인간은 하나의 밧줄이다. 동물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
- “너는 네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는가?”
- “모든 진리는 피로 써진 것이다.”
- “너 자신이 되어라.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완독이 아니라, ‘완생(完生)’의 감각으로 읽어야 할 책입니다. 니체는 우리에게 단지 새로운 철학을 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의심하고, 창조하며 살아가라고 요청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영혼이자, 존재의 철학입니다.
오늘 당신의 삶은 어떠한가요?
그 삶을 내일도, 영원히 다시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고 있나요?
그 물음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잠시 멈추어 서야 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에게 속삭여야 합니다.
“이제 나도 나의 초인을 향해 나아가겠다.”
혹시 이 글이, 당신 삶 속의 차라투스트라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당신 안의 진리를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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