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기행" 서평: 추방당한 자의 시선으로 본 역사와 예술
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최재혁 옮김 (돌베개, 2023년)
1. 들어가며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저자가 방문한 도시들은 단순한 관광 지가 아니라, ‘근대’라는 개념 속에서 억압받고 추방당한 이들의 흔적이 스며 있는 장소들이다. 런던, 잘츠부르크, 카셀, 광 주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는 역사와 예술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본질을 탐구하고, 그 속에서 인간의 가능성을 조명한 다. 이 책은 단순한 공간적 이동이 아닌, 역사와 철학, 예술을 오가는 깊은 성찰의 여정을 담고 있다.
2. 디아스포라의 개념 확장
‘디아스포라’라는 용어는 본래 유대인의 이산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서경식은 이를 더 넓은 의미로 재해석한다. 그는 자기 가 속한 공동체와 땅을 떠나야 했던 모든 이들을 ‘디아스포라’로 바라본다. 여기에는 정치적 이유로 추방된 망명자, 식민지 배와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난 이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시 각은 단순히 역사적 개념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구조적 억압과 불평등을 성찰하게 만든다.
3. 예술과 문학을 통한 성찰
서경식은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 다양한 예술 작품과 문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는 문자 텍스트뿐만 아 니라 회화, 음악, 영화 등 여러 예술 작품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감각을 더 깊이 있게 풀어낸다. 예를 들어, 런던에서 그는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작품을 보며 폭력과 소외의 감각을 읽어내고, 잘츠부르크에서는 모차르트가 유럽의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통해 유럽 근대 문화의 명암을 성찰한다. 또한, 독일의 카셀에서는 현대미술을 통해 전쟁과 식민지배의 기억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탐구한다. 광주를 방문한 부분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의 흔적을 되새긴다. 이곳에서 그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의 기록을 넘어, 그것 이 예술과 기억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광주의 예술 작품들은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지속되는 억압과 저항의 의미를 일깨운다. 이러한 방식으로 서경식은 예술과 역사, 철학을 엮어 디아스포라의 경 험을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4. 기행이라는 형식의 의미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기행’이라는 형식이다. 기행문은 보통 여행지의 풍경이나 경험을 기록하는 장르지만, 서경식은 단 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사유와 성찰의 과정으로서의 기행을 제시한다. 그는 특정한 장소에 머물면서 그곳의 역사적 배경과 예술적 흔적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현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그가 ‘유동하는 위치’에서 서술을 전개하는 것 은 디아스포라적 존재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즉, 특정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며 시각을 확 장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독자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우리는 여행을 단순한 체험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곳의 역사와 의 미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조차도 역사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 었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5. 오늘날의 디아스포라
이 책은 과거의 디아스포라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문제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빈곤,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고향을 떠나고 있다. 유럽의 난민 문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벌어지는 이주민 문제, 아시 아 각국에서 발생하는 노동 이주 문제 등은 모두 디아스포라의 연장선에 있다. 서경식의 시각은 이러한 현대적 문제를 과 거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재일 조선인’으로 살아온 저자의 경험은 이 책의 주제와 깊이 맞닿아 있다. 그는 일본 사회에서 타자 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디아스포라적 존재의 고통과 가능성을 성찰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도 의 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산과 추방의 문제를 타인의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구조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6. 마치며
『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은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니다. 서경식은 여행을 통해 근대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추방된 이들의 역사를 되짚고, 그 속에서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는 예술과 문학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감각을 확장 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순히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가 가진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읽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 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서경식이 제시하는 디아스포라적 시선은 우리 모두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디아스포라 기행』은 단순한 기행문을 넘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깊은 질 문과 성찰을 담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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