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빙점』 – 용서와 사랑을 향한 가장 깊은 질문

칠갑산코뿔소 2025. 5. 11. 18:54

 

『빙점』 – 용서와 사랑을 향한 가장 깊은 질문

빙점
빙점

“그 사람을, 정말로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오늘은 제 마음을 얼리고 또 따뜻하게 녹여준 한 권의 책을 소개하려 해요. 바로 미우라 아야꼬의 대표작 『빙점(氷点)』입니다.
읽는 내내 인간의 마음, 상처, 용서,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놓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어요. 이 책은 우리 내면의 가장 차가운 곳까지 내려가,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로, 누군가를 끝까지 용서할 수 있나요?”


1. ‘빙점’이라는 차가운 이름에 담긴 이야기

책 제목인 ‘빙점’은 단순한 기온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이건 바로 사람의 마음이 얼어붙는 지점, 즉 감정도, 사랑도, 용서도 닫혀버린 상태를 뜻하는 말이에요.
표면적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한 가정이 중심이지만, 그 안에는 말 못 할 상처와 비밀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결국 우리 자신의 이야기와 겹쳐지며, 이렇게 묻지요.
“사랑은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을까?” “누구를 정말로 용서할 수 있을까?”


2. 사람은 약하지만, 그 안에도 빛은 있어요

이야기 속 인물, 후지미야 나오코는 남편의 외도로 태어난 아이를 입양합니다.
하지만 이 입양은 단순한 선의가 아니었어요.
마치 실험하듯, ‘이 아이를 나는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냉정한 물음에서 시작되었죠.
이 설정부터가 참 충격적이었고, 저는 이 부분에서 사람의 모순된 감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선과 악, 사랑과 미움, 죄책감과 용서가 얽히고설켜 있는 인간 내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어느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3. 신앙과 감정의 경계에서 – 용서는 어떻게 가능한가요?

미우라 아야꼬 작가는 깊은 신앙심을 지닌 분이에요.
그래서 『빙점』은 기독교적인 세계관, 곧 용서, 희생, 회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전혀 강요하거나 일방적이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그 물음 앞에 서게 만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였다면, 정말 용서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용서는 단순히 과거를 잊는 것이 아니라, 잊지 않더라도 껴안고 나아가겠다는 용기 있는 선택임을 이 책은 조용히 이야기해 줍니다.


4. 미움이 끝나는 그곳에서, 사랑은 시작될 수 있을까요?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입양된 아이 루리코를 통해 모든 인물들이 자기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장면들이에요.
그 아이의 존재 자체가 많은 이에게는 고통이었고, 동시에 치유의 열쇠가 되기도 했어요.
작가는 이 모순된 감정을 정말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루리코의 시선에서 본 어른들의 모습은 더욱 복잡하게 다가와요.
그 안에는 미움과 애정, 복수심과 연민, 책임과 사랑이 뒤엉켜 있죠.
그러나 그 감정의 소용돌이 끝에 남는 건… 바로 사랑이라는 단어였습니다.


5. 마음이 얼어붙었다 해도, 녹아내릴 수 있어요

『빙점』이 감동적인 이유는, 큰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아주 작은 변화, 조용한 결심 하나하나가 우리 마음을 움직이죠.

사실 우리는 살아가며 완벽한 용서나 영화 같은 화해를 기대하기보다는,
그저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는 마음,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보려는 용기를 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진짜 ‘사랑’ 아닐까요?

이 책은 그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얼 수도 있지만, 녹일 수 있는 것도 역시 사람의 마음이다.”


6. 책을 덮고 난 뒤, 내 안에 남은 질문

책장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어요.
그리고 제 안에 이런 물음들이 조용히 남더라고요.

“나는 누군가를 끝까지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
“조건 없는 사랑이라는 게 정말 존재할까?”

『빙점』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에요.
매 장면마다 인물의 마음을 함께 느끼며 따라가야 하고, 문장 하나하나가 깊은 생각을 끌어내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이 책을 읽고 나면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따뜻해집니다.
누군가를 단정 짓지 않게 되고, 나도 완전하지 않다는 걸 더 인정하게 돼요.


『빙점』에서 마음에 깊이 남은 문장들

  1. “정말로 용서하는 것은, 잊는 것이 아니고, 잊지 않고도 사랑하는 것이다.”
  2. “사랑은, 마음이 따뜻해질 때보다 아플 때 더 분명해진다.”
  3. “선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자신과 싸우는 일이다.”
  4. “사람의 마음은 얼 수 있어. 그러나, 녹일 수 있는 것도 사람의 마음이야.”
  5. “아이를 통해 미움이 아닌 사랑을 배워야 한다고… 하나님이 그렇게 하라고 나에게 맡기신 것 같아요.”

이 다섯 문장을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천천히 음미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 인간관계 속에서 깊은 상처나 갈등을 겪고 계신 분
  • ‘용서’가 무엇인지 진심으로 고민해보신 분
  •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고 계신 분
  • 조용한 감동과 긴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찾고 계신 분

『빙점』은 단순한 한 편의 소설이 아니라,
나 자신을 마주보게 하는, 아주 깊은 거울 같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당신도 그러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