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독서 리뷰 – 리베카 솔닛이 전하는 읽기, 쓰기, 고독, 연대의 의미

리베카 솔닛의멀고도 가까운은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선다. 이 책은 개인적인 기억과 역사, 문학적 성찰과 사회적 통찰이 교차하는 독창적인 에세이다.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라는 키워드는 물론이고, 병과 돌봄, 관계와 단절, 그리고 삶과 죽 음에 대한 깊은 사색이 녹아 있다. 솔닛은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서사의 유기적인 흐름이다. 저자는 한 가지 사건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와 상징, 문학적 인용을 교차하며 다층적인 의미를 생성한다. 예를 들어, 어머니의 병을 돌보는 과정에서 솔 닛은 ‘이야기의 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는다. 어머니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관계의 본질을 새롭 게 바라보게 된다. 우리는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조차 여전히 서로를 구성하는 서사 속에 존재하며, 그 서사가 우리를 연결 하는 힘이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자전적 이야기나 철학적 사색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들을 교차하며 이야기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이다. 저자는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사적인 감정에 함몰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의 이야기와 연결하며,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조망한다. 이는 리베카 솔닛 특유의 글쓰기 방식인데, 그녀는 개인적인 서사를 보편적인 성찰로 확장시키는 데 탁월하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어머니의 알츠하이머 진단과 병 수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히 가족의 병수 발 경험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돌봄’이라는 주제를 인류의 근본적인 관계성과 연결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때로는 차 갑고 객관적이며, 때로는 뜨겁고 사적이다. 하지만 감상적인 방식으로 흐르지 않으며, 오히려 지적인 균형을 유지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아이슬란드와 극지방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얼음과 불이 공존하는 대지에서 저자는 인간의 존재 방식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서사에 대해 성찰한다. 고독 속에서 존재를 되돌아보고, 극지방의 혹독한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솔닛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장소와 이야기의 관계’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 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한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삶을 재해석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는 읽기와 쓰기가 어떻게 삶의 일부가 되는지, 고독과 연대가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저 자의 글 속에서 직접 체험하게 된다. 이야기는 곧 이해의 방식이며, 용서와 사랑의 행위라는 사실을 이 책은 아름답고도 깊 이 있게 전달한다.

 

가장 인상 깊은 문장 5개

1.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 이야기가 곧 우리를 만들어낸다." → 삶과 관계를 바라보는 솔닛의 근본적인 통찰이 담긴 문장이다.

2. "기억은 사라지지만, 이야기는 남는다. 그리고 이야기가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서로를 잊을 수 없다." → 어머니의 병을 돌보며 깨닫게 된 기억과 관계의 본질을 담고 있다.

3. "고독이란 때때로 가장 깊은 연대의 방식이 될 수 있다."  → 외로움과 연결의 아이러니한 관계를 성찰하는 문장.

4. "우리는 끝없이 변화하는 얼음 위에 발을 디디고 있는 듯한 존재다. 하지만 그 위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 → 극지방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삶의 메타포로 표현한 구절.

5. "용서는 단순한 포기가 아니다. 그것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지막 노력이며, 이해가 곧 사랑이다."

 

→ 용서와 사랑을 이야기의 핵심 개념으로 연결하는 문장. 리베카 솔닛의멀고도 가까운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의 힘에 대한 탐구이며, 삶과 관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하나의 여행이자,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