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전의 고요, 삶의 절정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를 읽고”
1. 프롤로그: 섬과 자연, 그리고 나의 이야기
살다 보면 한 문장, 한 장면이 문득 마음 깊숙이 들어와 발걸음을 멈추게 할 때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는 제게 그런 책이었습니다. 그저 아름다운 섬을 소개하는 여행기가 아니라, 자연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본질을 사색하게 만든 깊은 에세이였지요.
저자 최호숙 님은 외도의 정원사이자 해설자, 그리고 삶의 관찰자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단순히 꽃과 나무를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조용히 비추어 줍니다. 특히 “외도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태풍 전이다”라는 표현은, 저에게 삶의 절정이 언제 오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2. 태풍 전의 고요, 진짜 아름다움은 위기의 순간에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이 대목이었습니다.
“외도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태풍 전이다.”
한 줄 문장이었지만, 제 마음을 강하게 울렸습니다. 대개 우리는 평온하고 안정된 순간을 ‘아름답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위기의 직전, 불안과 긴장감이 감도는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찬란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태풍을 앞둔 외도의 바다는 기이하리만치 고요하고, 하늘은 회색으로 물들며 정원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킵니다. 그 속에서 꽃과 나무들은 마치 마지막을 알고 있는 듯한 절정의 생명력을 드러냅니다.
삶도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종종 어려움 직전에 찾아오곤 하니까요. 힘든 시간을 마주할 때 오히려 더 진실된 내면이 드러나고, 그 속에서 누군가를 위해 내미는 손길이나 눈물 머금은 미소가 더 깊은 감동을 줍니다.
3. 외도는 살아있는 시(詩)입니다
외도는 단순히 아름다운 섬이 아닙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거대한 정원이자, 살아 숨 쉬는 한 편의 시와 같은 공간입니다.
계절마다 꽃이 피고 지는 외도의 정원에서 저자는 하루하루를 몸으로 느낍니다. 라일락 향이 퍼지는 봄, 나팔꽃이 하늘을 향해 인사하는 여름, 단풍이 바람에 춤추는 가을, 그리고 고요한 나목 속에서 숨죽이는 겨울까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제가 그 정원 속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단순한 여행 정보가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그 안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어서 더 깊이 와닿습니다.
4. 절정은 곧 소멸로 향합니다 – 촛불처럼
책의 또 다른 인상 깊은 문장은 이렇습니다.
“촛불이 가장 환하게 타오르는 순간은 불꽃이 꺼지기 직전이라 했던가.”
외도는 태풍이 오기 전, 가장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길지 않지요. 곧 들이닥칠 거센 바람 앞에서 우리는 ‘지금’이라는 순간이 얼마나 귀한지를 비로소 깨닫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음, 사랑, 열정… 가장 빛나는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고, 우리는 그 끝을 미처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에게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당신 인생의 가장 찬란한 절정일 수 있어요. 미루지 말고, 바라보세요.”
5. 죽음은 모든 것을 덮는 마지막 순간
책 후반, 저자는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죽음이란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자기 모순과 죄와 허물을 다 용서하고 용서받으면서 산 자의 패배로 끝나는 것이다.”
이 표현은 참 인상 깊었어요. 죽음을 ‘패배’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이 곧 삶의 완성이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두렵고 외면하고 싶었던 죽음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서는 마치 편안한 안식처럼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고 실수를 반복합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는 그 모든 것이 덮이고, 마침표가 찍히며, 삶은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됩니다. 어쩌면 그게 우리가 삶을 사랑해야 할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6. 외도에서 배운 삶의 태도
이 책은 단순한 섬 에세이가 아닙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기
- 유한한 시간 속에서 ‘지금’의 가치를 느끼기
-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했을 때, 두 눈으로 꼭 담아두기
- 소멸조차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외도의 사계절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저자는 조용히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인생의 어느 절벽에 서 있나요?”
“혹시 지금의 고요함이, 당신 삶의 절정은 아닐까요?”
7. 에필로그: 삶은 잠시 머무는 외도와 같다
책장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반복되는 하루,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 하지만 그 안에도 외도처럼 ‘태풍 전의 고요’가 있었음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 한 마디 대화였고, 오랜만에 받은 편지였고, 해질 무렵 마주한 하늘빛이었는지도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는 저에게 그런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도 저는 다짐합니다.
절정의 순간이 오면, 두려워하지 않고 온몸으로 느끼겠다고.
그리고 소멸의 시간이 오면, 그것조차 아름답게 안아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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